사진관 밖으로 나온 가족의 초상

NO. 60   작성자 ricerice11   조회 522 39달 전, 2016-08-21 15:02:31
URL http://www.photoschool.kr/board/view?m=23&s=60 언론보도
액자 속의 가족들은 언제나 행복한 모습이다. 앞뒤 2단으로 배치된 가족 구성원은 대개 부모가 앞쪽 의자에 앉고, 자녀들이 뒤쪽과 양 옆에 서며 안정된 대열을 갖춘다. 마치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테마로 찍은 것처럼. 

온 국민이 합의한 바도 없는데, 우리네 거실에는 대개 이런 설정의 가족사진들이 걸려 있다. 인물들의 표정이나 배경과의 조화도 놀랍도록 비슷하다. 

어 머니는 다정하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아버지는 점잖고 권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뒤나 옆에 서 있는 딸은 소녀에게서 성인으로 예쁘게 자란 모습이고, 아들은 아버지와 닮은 의젓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환한 이들의 표정 뒤로는 어두운 배경이 놓여져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더 대비된다.


집집마다 있는 쌍둥이 같은 이 가족사진의 정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표면적으로는 이 가정의 경제적 계층을 설명해준다. 거실의 크기에 따라 더 커지고 고급화된 액자와 사진은 가정의 경제지수를 대변한다. 

내적으로는 부모 세대의 자기 위치 확인이다. 한 연구는 '가족사진 찍기'가 중년 여성이 상실된 자기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자리를 확인하는 절차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족사진의 정형화는 비단 사진관 아저씨의 매너리즘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가족사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의 현재를 카메라에 담은 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스트루스는 다음 시리즈로 한국의 가족 초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진관 외벽에 걸린 가족사진들에서 '완벽한 가족을 표현하려는 강한 욕구'를 읽어냈고 이에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사진의 발명과 가족사진의 탄생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회화에도 가족의 초상이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일렬로 서 있거나 몸을 서로 밀착해 피의 유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사진이 발명된 이후부터'(진동선 사진평론가)다. 

진 평론가는 초상사진 중에서도 인물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진이 바로 가족사진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진사에서 가족사진은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거나 계보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가족사진은 사진관에서 작위적인 포즈와 표정으로 이상적인 가족을 구현해내는 도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또 남의 가족사진을 집안에 걸어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보니,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사진관 밖으로 나온 가족의 초상은 이런 전형적인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가족사진의 전통적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축한다. 

가 족이 가진 테두리는 억압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가부장주의, 현모양처, 스위트 홈 같은 가족 이미지나 이데올로기는 한국전쟁 이후 해체되어 왔다. 90년대부터는 '해체됐다 다시 만들어진 가족'의 다양한 초상이 미술에 반영되기도 했다. 

현대의 가족사진은 가부장적 가족 이미지의 공고함에 저항하며 동성애 커플, 다문화 가정, 기러기 가족 같은 제3의 가족까지 프레임에 담고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2010/12/15 15:09:17

출처: http://weekly.hankooki.com/lpage/coverstory/201012/wk201012151509171054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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