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산을 밝히는 '문화 별자리'

NO. 56   작성자 ricerice11   조회 505 39달 전, 2016-08-21 12:45:38
URL http://www.photoschool.kr/board/view?m=23&s=56 언론보도
진동선(51·사진가·루카 대표), 김수우(49·시인·백년어서원 대표), 허아람(38·인디고서원 대표). 그들은 오늘 내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을 이곳, 오늘 '칼럼의 주인공'으로 불러모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고 있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달라보이지 않아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루고 있는 작은 기적이 언젠가는 큰 물결을 만들고, 또 '연대'라는 이름으로 사회 곳곳에서 발견됐으면 하는 소박한 염원에서다.
 
서 울서도 '잘나가던' 사진가 진동선씨가 해운대초등학교 인근에 포토 북 카페 '루카'를 연 지도 23일이면 4개월이 된다. 대형 마트 때문에 문을 닫게 된 13년 된 쌀집이 있던 자리였다. 가게가 나가지 않아 수년간 방치되면서 낮에는 비둘기떼, 밤에는 생쥐와 도둑고양이들로 흉흉함 그 자체였다는데 지금은 '동화책 같아…'라는 표현처럼 확 달라진 동네풍경의 중심에 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1996년 유학을 다녀온 뒤 2007년까지 서울에서 원 없이 일을 했고, 이젠 '여행도 하고, 사진도 찍고, 책도 쓰자'며 정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카페는 어쩌면 서울 생활 청산에 따른 대가였다. 겨우 20평인데도 평일엔 인건비, 주말엔 월세와 전기요금 정도를 건지는 수준이지만 루카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과 공부하러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다'고 했다. 진씨는 그저 버려지고 소외된 공간에 '점' 하나 찍었을 뿐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빛(루카)은 밤하늘을 밝히는 별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김수우 시인이 시작한, 15평짜리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百年魚)서원'은 이제 겨우 3주째를 맞았다. 주택가 뒷골목에 섬 같이 자리잡은 '루카'처럼 백년어 역시 밤이 되거나 주말이면 인적이 뚝 끊기는, 오피스 빌딩 천지의 인쇄골목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위기의 인문학 시대, 그것도 '원도심 문화를 살리겠다'는 김 시인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지만 만만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부산뿐만 아니라 김해 양산 울산 등지에서도 물어물어 사람들이 찾아오고, '함석헌 읽기'니 '김수영 읽기' 같은 공부모임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꼈단다. 또 이갑형 부산중부경찰서장이 '스러져가는 원도심에 이런 공간이 생긴 게 너무 좋다'라는 이유만으로 축하 화분을 보내오고, 개원기념 강연을 들으러 오고, 중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까지 요청했다며 좋아했다. 모르긴 해도 김 시인의 열정과 노력에서 꿈을 보았고, 그저 동참하고 싶었을 게다.  

청 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을 이끄는 허아람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부산에서만 열던 '정세청세'를 이달 처음으로 전국 6곳으로 확대하고,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도 16호(3·4월호)까지 펴냈다. 지난해엔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취지의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성공시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작은 실천이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인디고 영향은 서울까지 퍼져 '길담서원'을 등장시켰다. 그 인디고서원이 오는 8월28일이면 5주년을 맞는다. 남들이 보기엔 13평에서 시작한 동네책방이 작은 극장까지 갖춘 80평으로 넓어졌지만-빚도 수억원에 달한다고-매 호 천만원씩 드는 '인디고잉' 잡지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허씨의 바람이란다.

그들이 일궈가는 기적엔, 적어도 자본의 논리는 커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의지와 열정이 키워드로 작용했다면 했을까. 대신, "이젠 발로 뛰지 않아도 찾아와요" "마음을 열어 최선을 다하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하는 마음으로 살아요"라며 환하게 웃던 그들에게 우리는 어쩌면 빚지고 있구나 싶었다. 문득, 이 작은 공간 하나 건사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덜컥 겁도 났다. 그들을 지켜내는 건 이제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김은영기자 key66@busan.com  2009-04-20 [10:37:0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0904200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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